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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잎 - 시작이 다르면 끝도 다르다 본문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앞으로 크게 될 사람은 어려서부터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뛰어난 경우가 많다는 속담이다. 대게는 우월함을 드러내는 속담이지만, 나는 이 속담을 더 넓은 의미로서, 어릴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 달랐던 사람은 커서도 주류 문화에 섞이기 어렵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인다. 마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과 비슷한 감이 있다. 이 속담을 이렇게 해석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내 확장된 해석의 정확한 예시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유치원 무렵, 그러니까 2012년 전까지는 나 또한 또래 친구들과 비슷한 취미를 즐겼다. 플래시 게임을 하고, 테일즈런너나 마인크래프트 같은 대중적인 게임도 하곤 했으며, 포켓몬 카드를 모으고 카드 게임을 하는가 하면 역할놀이를 하기도 했다. 내가 비주류라는 생각은 한 적도 없고, 그걸 인지할 능력도 없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받은 핸드폰(갤럭시 M 스타일)으로 스웨덴의 유튜버 Robbaz의 Kerbal Space Program(이하 KSP) 플레이 영상을 보게 된 것을 기점으로 나는 주류 문화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KSP라는 게임을 필두로 나는 또래 친구들의 주류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다니게 되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며 가상 국가나 리듬 게임처럼 비주류인 취미를 즐기기 시작했다. 지금의 나는 확실히 주류 문화와는 동떨어져 있다. 반 친구들이 르세라핌과 뉴진스의 노래를 들을 때 나는 카네코치하루와 스이세이의 노래를 들었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할 때 트위터를 했으며, 리그 오브 레전드나 발로란트를 할 때 탁트오퍼스와 리버스: 1999를 했다. 한마디로, 오타쿠이다.
여태껏 나는 "왜 나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할까?" 라는 질문을 던져왔다. 답을 놓고 보니 쉬운 질문이었던 것 같지만, 답을 얻어내는 데는 처음 질문을 던진 이후 10년이 넘게 걸렸다. 내가 힘겹게 얻어낸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다. 어색한 사람과 어울리는데 가장 좋은 것은 역시나 취미이다. 취미가 같으면 그걸 통해서 이야기의 물꼬를 틀 수 있으며, 그러면 친해지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 된다. 그러니, 애초에 즐기는 것이 다른데 어울리는 것은 언감생심인 것이었다. 허무하리만치 간단한 답이었지만, 이 답을 얻어내는데 10년이 넘게 걸린 것은 사람과 친해지는데 취미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내는 게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답을 얻어냈지만 이 답을 실제로 적용하는 데는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엄밀히 말하자면, 적용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나는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즐기는 것도 벅찬데, 굳이 품을 들여서 이것들을 희생하며 주류 문화를 배워야 할 만큼 내가 인간 관계를 갈망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연히 접하게 되는 주류 문화를 통해 나는 이 답이 타당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령, 최근 들어 야구(특히 MLB의 토론토 블루제이스 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야구를 주제로 평소에는 말을 잘 섞지 못했던 친구들과 말을 섞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이 있다. 조금 더 노력하면 소위 말하는 '인싸'까지는 힘들지라도, 평균 정도의 관계는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고등학교에서의 인간 관계는 거의 끝난 것이나 다름 없다. 몇 개월 후면 나는 대학 생활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멀게만 느껴진 대학 입학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내 10년을 바쳐 얻어낸 해답을 슬슬 적용할 필요성을 느낀다. 나도 엄연히 대한민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의 주류 문화에 대해 문외안으로 살아가는 것이 딱히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 사회의 주류 문화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려는 노력을 할 생각이다. 여태껏 걸어온 길들이 있으니 완전히 주류 문화에 융합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사회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나의 미래가 외로움과 배제가 아닌 풍족함과 환영으로 가득하길 기원하면서, 글을 줄인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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